Tuesday, May 22, 2018


마음을 정리하고자 쓴다

그는 세간에 조금 알려진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나도 처음으로 이름을 접한 것은 어떤 잡자의 지면을 통해서였다. 내 기억대로면 그 잡지 초기부터 활동한 기자로서, 그때만 해도 매체 너머 멀리 있는 누군가였을 뿐 언젠가 직접 대면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2005년 말쯤, 수습기자로 일하던 지인이 필자 일을 권유했다. 몹시 자신이 없었지만 일종의 포트폴리오로써 당시 즐기던 게임의 공략 초반부를 작성해 제출했고, 외부 필자로 채용되었다.

그렇게 그 사람과 처음 만났다.

그로부터 1년 조금 넘는 시간동안 그 사람과 정기적으로 대면하게 되었다. 내게는 담당 기자가 정해져 있지 않았고, 매월 스케줄에 따라 담당자가 바뀌곤 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사람과 함께 작업한 원고가 가장 많았다. 그만큼 마감 관계로 폐를 끼치기도 많이 끼쳤다.

잡지가 휴간되자 기자들은 먼저 자기 자리를 찾아서 떠났고, 편집장도 뒤처리를 위해 좀 더 남아 있다가 마찬가지로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났다. 그와는 이후로도 MSN메신저로 간간히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가끔씩 근무중인 회사의 신작 게임 베타테스트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히 소통 수단이 SNS로 바뀌었다. 그 후 최근까지 교류는 SNS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가끔 그가 내놓은 만화책이나 게임 등을 인수하기도 했다.

그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책을 좋아하고 교양이 풍부하며, 섬세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업무 관계로 대화하거나 원고를 교정할 때 자주 느꼈다.

베이킹이 취미에, 여행을 좋아했다. 주로 즐기는 게임은 RPG였고, FF DQ, 그리고 킹덤하츠 시리즈의 열정적인 팬이었다. RPG 외에도 다양한 게임을 즐겼다.

때로는 내 머리 상태를 구박하기도 했는데, 필자 시절에는 길게 기른 머리를 풀어헤치고 다녔기 때문이다. 보고 있기가 너무나 고통스러웠는지 나중에는 이걸로 묶으라며 서랍에서 머리끈을 꺼내 내밀었다.

팔힘이 세다던지 주먹이 맵다던지 하는 놀림을 회사 동료들에게 종종 받았다. 어쩌다 보니 나도 맞아봤는데 묵직했다. 하지만 겉으로 튼튼해 보이는 것과 달리 건강은 좋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이른 독립과 좋지 않은 업무환경, 낮은 보수와 과도한 업무량 탓이라고 생각되지만.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증언에 의하면 초기에는 두 편집부를 통틀어 유일한 여성 기자의 존재에 대해 시선이 곱지 못했다고 한다. 다들 한 두 달 버티다가 도망가겠지 하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결국 해당 편집부의 마지막과 함께한 기자 중 한 명이 되었다.

술을 좋아하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당시 같이 살던 고양이는 한 마리였는데, 수년 후 다른 아기고양이를 입양했다. 두 고양이 중 언니는 10년 넘게 인생을 함께하고 먼저 떠났다. 많이 슬퍼하다가 곧 다른 고양이를 입양해 먼저 떠난 고양이의 이름 일부와 함께 오래오래 함께 살자는 의미를 가진 이름을 지어 주었다. 불과 작년 일이다.

한 달 전 세상을 떠났다. 그의 SNS 친구 중 한 명의 게시물에 의하면 4 20일이 기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난 그것을 딱 한 달이 지난 어제서야 알았다.

다른 지인들도 소식이 늦기는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부고를 알리는 글이 고인의 타임라인에 게시된 것은 428일이었고, 고인의 핸드폰과 컴퓨터에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어서 가족들은 친구나 지인에게 연락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미 장례가 끝나고 나서야 부고 소식이 알려졌고, SNS로 연결된 사람들은 뒤늦게 부고를 접하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직 그리 오래 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직접 만난 것은 몇 년 전, 기자 출신인 다른 지인의 결혼식장에서였고, 다음에 만날 때는 그 사람의 결혼식장일 거라고 생각했다.

고인의 마지막 SNS 게시 일자는 4 13일이다. 14일부터 20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리고 대부분의 지인들도 모르는 것 같다. 이 점이 내게 더 미련을 남겼다. 가시는 이유도 모른 채 어찌 마음 편히 보내 드릴 수 있겠는가.

최근 상당히 들뜬 상태로 있다가 너무나도 늦게 부고를 접하고는 충격이 컸다. 지인이 떠난 것도 모른 채 들떠 있던 자신이 너무나도 미웠다. 배려 깊은 친구들이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말해 주었지만, 고인의 쓸쓸한 여행길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새벽잠을 설치고 나서 더 이상 잠도 오지 않기에 스마트폰을 켜서 그 사람의 SNS 앨범을 전부 역주행했다. 대부분은 고양이 사진이고 가끔 베이킹 사진, 그리고 아주 가끔 본인의 사진이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진을 다 보고 나서 조금 차분해졌다. 그리고 과거 일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서로 간의 거리나 그 사람이 바라본 나는 어떨까 하는 것과 별개로, 내게 있어서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 중 한 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떠난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보내드리고, 계속 추억하는 것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마 자주 생각나고 때때로 힘들겠지만,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가신 곳에서는 항상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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